지역특산물로 술 빚는 한국애플리즈 한임섭 대표

1970년대 중동 붐이 일어나던 때 해외기업에 입사해 촉망받던 엔지니어가 있다. 그는 당시 한국개발공사 주선으로 캐나다 벡텔사에 입사해 세계 곳곳에 있는 지사에서 근무하며 견문을 넓혀갔다. 프랑스 몽블랑 지방에서 근무할 때 그는 지방특산물인 사과로 만든 와인과 브랜디를 우연히 맛본 뒤 그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그다음 날부터 이상하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머릿속엔 온통 향긋한 사과와인 생각뿐이었다. 그는 5년여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사과농사를 지으려고 귀농을 선택했다. 옹기에 빚은 와인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는 한임섭(64) 한국애플리즈 대표 얘기다.

한임섭 대표.

경북 의성군의 한국애플리즈 와인숙성창고에서 한임섭 대표를 만났다. 지하에 있는 와인숙성창고로 가려면 어두컴컴한 동굴을 지나야 했다. 동굴 입구로 들어서자 향긋한 사과향기가 새어나왔다. 향기가 나는 곳을 따라 걸어가 보니 와인숙성창고가 보였다. 495㎡(150평) 정도 되는 숙성창고에는 큰 옹기 수십여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옹기마다 사과로 만든 와인이 400L가량 담겨 있었다. 옹기에는 하얀 얼룩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옹기 바깥으로 알코올 성분이 새어나온 까닭이었다. 옹기가 숨 쉬는 그릇이라는 사실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옹기에 적힌 제조일자를 보니 대부분 8~9년 전에 만들어진 술이었다. 마치 사과밭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진한 사과향기가 창고 안에 가득했다.

“프랑스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할 때 사과로 만든 와인을 맛보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반드시 사과와인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당시 한국에는 사과와인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직접 사과를 재배해서 와인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사과와인을 만들게 된 이유를 묻자 한 대표가 한 말이다. 그는 1980년 엔지니어 일을 그만두고 곧바로 사과농사를 시작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0대 초반이었다. 농사의 ‘농’ 자도 몰랐던 그는 고향 어르신들을 붙잡고 농사를 배워나갔다. 차근차근 농부의 자질을 갖춰나간 그는 1990년대 초 의성군 점곡면 일대의 과수원을 매입한 뒤 사과재배농가 30여 호를 모아서 조직을 만들어 이끌기 시작했다.

저작권자 © 뉴스파노라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