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내년 4월 9일까지 ‘이집트 보물전’

길이 165.7cm, 너비 41.9cm, 높이 29.2cm에 이르는 거대한 가우트세셰누 내관(內棺)은 무척 화려하다. 기원전 700년에서 650년께 이집트 테베 지역에서 리넨과 석고, 안료 등으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내관에는 저승 세계 지배자인 오시리스, 죽은 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자칼 머리의 아누비스, 미라가 된 신체의 각기관을 보호하는 네 명의 호루스 아들이 형상화돼 있다.

내관 곳곳에는 이집트 신들에 대한 정보를 보여주는 날개 달린 딱정벌레 케프리 신, 배 안에 있는 소카르 신, 매의 머리를 가진 호루스 신 등이 빼곡히 그려져 있어 보는 사람의 넋을 쏙 빼놓는다.

고대 이집트인 상류층 장례문화 엿볼 수 있어

사람·동물 미라, 장례문화, 동물 조각상 볼만

이집트 보물전이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2월 20일부터 2017년 4월 9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여는 ‘브루클린 박물관 소장 이집트 보물전-이집트 미라 한국에 오다’가 그것이다. 미국 브루클린박물관이 소장한 이집트 소장품 중 사람과 동물 미라, 화려한 그림들이 그려진 관, 미라 가면, 상류층 모습이 담긴 조각상, 사자의 서, 다양한 장신구 등 총 230점의 전시품을 선보이는 아시아 최초의 고대 이집트(기원전 3200~332년) 유물 전시다.

웅장한 무덤과 조각상, 정성스럽게 천에 싸인 미라는 이집트 역사에서 죽음과 사후 세계가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이집트 왕 오시리스 조각상은 ‘죽은 자의 신’이라 불릴 만큼 이집트 신들 중 제1위의 신으로 꼽힌다. 나무를 회칠한 후 도금한 조각상은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 고통 없는 영원한 삶의 시작점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구문경 학예연구사는 “이집트인들이 오시리스의 조각상을 만든 것은 자신이 죽었을 때 오시리스와 한몸이 되어 사후세계로 안정적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것”이라며 “사후세계로 들어가는 것은 영원한 삶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시는 사후 세계에서의 영원한 삶을 꿈꾸던 고대 이집트인의 역사와 문화를 6부로 나눠 보여준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죽음과 삶 그리고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지는 풍습과 문화를 보여주는 1부에선 오시리스와 호루스의 조각상, 사자의 서 등 25점이 전시된다. 이들 유물을 통해 사후 세계에 대한 고대 이집트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2부는 이집트를 대표하는 미라와 만난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미라 제작 과정과 미라 관의 구조와 시기별 변화를 보여준다. 미라뿐 아니라 석제 외관, 목제 내관, 초상화가 그려진 수의 등 유물 28점은 이집트인들이 추구한 삶과 죽음을 보여주는 정수다.

1) 이시스, 어린 호루스, 네프티스의 삼위일체-이집트/ 기원전 305~30년. 2) 남성 미라 가면/ 서기 1세기 로마시대 벽토에 도금, 채색/ 길이 50.8, 너비 30.5, 높이 18.5㎝ 무게 3.4kg. 3) 미라가 들어 있는 고양이 관-사카라/ 이집트/ 기원전 664~332년.

3부는 상류층의 장례 풍습을 보여준다. 상류 계층의 조각상과 화 1~6부 나눠 구성

새김돌, 부적, 목걸이 등 97점을 전시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무덤과 장례를 위해 많은 물건을 만드는 것을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본능으로 여겼다고 한다. 물건을 무덤에 넣는 것이나 무덤 안에서 이뤄지는 의식은 무덤 주인이 사후 세계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를 기리는 행위인 셈이다.

4부에서는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바라본 이집트의 장례문화에 대해 상세하게 전한다. 사후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라면 값비싼 물품을 준비하고 하다못해 모조품이라도 준비했던 이집트인들. 사후 세계에서의 삶에 대한 준비를 금박을 입힌 미라 가면과 각종 재질의 조각상 등 유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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