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6일 저녁, 역삼동 엘지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소프라노 한예진의 독창회에서 보여준 그녀의 벨칸토에 대해 찬사가 이어진다.

알려진 바같이 그녀는 작년 초 국립오페라 단장에 임명되어 성악계에 화제를 뿌렸고 본인 스스로 사퇴하여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소프라노 한예진(사진제공: 프라이드온)


하지만 한예진은 이미 평론가들로부터 한국의 마리아 칼라스라는 평가를 받아왔을 만큼 탁월한 연주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음악인이었다.

한예진은 이탈리아 베르디 국립음악원을 최우수 졸업하였고 밀라노 국제콩쿠르에서 우승과 심사위원장상, 음악평론가상을 동시 수상하여 현지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벨칸토 국제콩쿠르, 에르바, 마르살라, 파도바 콩쿠르에서 모두 우승을 휩쓸었고, 푸치니 음악의 최고 실력자를 가르는 베스트보이스 푸치니아나상 수상에 이르기까지 본인이 참가한 주요 콩쿠르에서도 모두 우승하였다.

귀국 후, 국립오페라단 창작 국가브랜드 오페라에서 주역 아랑을 맡았고 살로메와 라보엠, 서울시립오페라단의 오페라 ‘연서’ 주역 및 나비부인, 춘희, 돈조반니 등 대형무대의 주역으로 활동하였고 2013년 APEC 기념공연, 오페라 아이다의 주역을 맡아 자신의 성가를 증명하기도 하였다.

국립오페라 단장에서 물러난 후 규모있는 개인독창회로는 사실상 처음인 이번 연주회이며 특별한 경험을 겪은 사람으로서 새롭게 자신을 자리매김해야하는 그녀의 절치부심이 전해졌다.

이날 한예진은 한 곡 한 곡에 진지했고 하나 하나의 호흡에 집중했다.

특히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 중 정결한 여신(Casta diva)는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있는 곡이지만 연주자로서는 좀처럼 레파토리로 선정하기 어려운 곡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이 곡을 완벽하게 소화해냈고 앵콜송으로 연주한 토스카에 이르기까지 기립박수를 끌어내는 연주로서 한예진만이 가능한 벨칸토 소프라노로서의 자신을 증명했다.

이번 연주회에 대해 소리와 발성, 소프라노로서의 테크닉에 대한 긴장감을 높이는 새로운 동기부여의 기회라고 그녀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였지만 이번 연주회에가 주는 의미는 특별할 수 밖에 없었다.

‘벨칸토’는 이탈리아 오페라에 쓰였던 화려하고 기교적인 창법을 일컫는 용어다.

성악가가 발휘할 수 있는 극한의 기교를 총동원해 노래 부르는 창법으로 벨칸토를 연주회 타이틀로 올린다는 자체가 어떤 의미로는 매우 도전적인 표현일 수 있다.

헨델의 오라토리오 삼손의 ‘빛나는 세라핌’으로부터 출발한 레퍼토리는 말러와 들리브 그리고 비제를 지나 뿔랑과 벨리니, 거쉰에 이르기 까지 다양했고 모든 연주에 대해 벨칸토의 오리지널리티에 충실하기 위해 최고로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소프라노 한예진의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압도적인 무대장악력, 한국 성악가에서는 관찰하기 힘든 그녀 특유의 관능미, 남자 무용수 까를로스와 함께 소화해 낸 플라멩코 댄스의 아름다움은 그녀가 보여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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