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시대의 지역연극의 과제와 방향’, 연극 ‘멍키열전’ 공연영상 감상

연출가 나상만 씨가 전국 순회강연에 나선다. 글로벌 시대의 공연한류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의 연극 ‘멍키열전’은 지난 8월 서울 혜화동 미마지 아트센터에서 10일간 공연되어 언론 및 연극 애호가들에게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현대 연극의 대부 스타니스랍스키 초상화 앞에서 나상만 연출가 (사진제공: 제5스튜디오)


나 연출가는 연극의 바이블로 일컫는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의 전문가로 국내에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을 정착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모스크바 슈우킨 연극대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경기대 예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스타니스랍스키연기원’을 창설하여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해 왔다. 또한 그는 미국에 ‘스타니스랍스키 연기대학’을 창설하여 글로벌 시대의 인재양성을 주도해 왔다.

나 씨는 최근 성명서를 발표해 당분간 연극을 중단하고 저서 ‘그리고 새들은 날기 시작했다’의 집필에만 전념하겠다는 선언을 했었다. 새(乙)는 요즘 화두에 오르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갑(甲)을 상징하는 개념이다. 오는 10월 말 연극 명문 모스크바 슈우킨 연극대학 창설 100주년 축하 공연으로 초청된 연극 <멍키열전>의 공연을 앞둔 상태여서 러시아 연극인들과 한국 연극인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세상을 바꾸는 것은 작은 생각에서부터’ 라는 말이 있다. 모든 연극은 인간에서부터라는 기존 편견을 깨어버린 이 작은 거인은 독특한 발상의 전환으로 관객들에게 기쁨을 줬다. 예술가들이 틀에 갇혀 버리는 순간 더 이상의 창조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값진 이 공연은 예술 전공자들을 비롯해 새로운 틀의 연극을 찾는 관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한국을 대표해 연극의 본 고장 러시아에서 공연할 이 연출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이 공연은 연출가의 바람처럼 한국연극 세계화의 첫 시작이 되지 않을까.”

이상은 9월 3일 ‘독서신문’을 장식한 연극 ‘멍키열전’의 특집기사 3편중의 하나인 ‘스타니스랍스키와 원숭이가 만났다!’에 실린 글이다. 한국연극의 세계화를 선두 지휘할 나상만 연출가가 연극을 중단하고 집필 선언을 한 배경을 그는 이렇게 말한다.

“원칙이 없는 사회에서 문화의 꽃은 피지 않는다. 연극‘멍키열전’은 인간사회의 부조리를 세계문학 작품 속의 주인공 원숭이들을 차용하여 만든 연극이다. 한 마디로 세치 혀를 휘두르는 인간의 잔혹성을 고발한 작품이다. 최근 연극의 한계를 느꼈다. 우리 사회의 모순을 풍자하는 연극보다는 먼저 문학을 통해 우리의 문화 풍토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역 연극인들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그가 집필을 위한 외부 노출을 중단하기 전, 전국의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세계연극의 국제적 흐름을 소개하고 지역 연극의 새로운 대안과 방향을 제시해 주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연극 팬들은 다른 데에 관심이 더 많다. 강연이 끝난 후에 서울에서만 공연된 연극 ‘멍키열전’을 동영상으로나마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지역 강연회에는 연극 전문가들과의 질의응답 시간도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강연 시간과 장소는 지역마다 다르다. 지역에 따라 인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참여 희망자는 각 지역 담당자들에게 연락하여 미리 예약해야 한다. 해당 지역의 연락처와 담당자 연락처는 다음과 같다.

부산: 부산연극배우협회 (손동일 회장) 010-3582-8289
광주: 광주연극협회 (한중곤 감사) 010-4336-2525
청주: 충북 예총 (장남수 전 지회장) 010-6491-3939
경주: 경주시립극단 (엄기백 예술감독) 010-9120-0243
대전: 목원대학교 (천표범 교수) 010-9032-6067
창원: 창원연극협회 (김종찬 대표) 055-854-0619
제주: 극단 현장 (김덕휘 대표) 010-8812-0545


한편 극단 ‘제5스튜디오’는 이외의 지역에도 나상만 연출가의 강연을 희망하는 단체는 극단으로 연락하여 일정과 장소를 협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나 연출가는 강연료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 어려운 지역 문화계에 방향만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고. 오랜만에 듣는 따뜻한 이야기에 지역 예술인들이 갈채를 보내고 있다.

연극 ‘멍키열전’의 영상 관란이 끝난 후에도 질의와 답변 시간이 있다고 한다. 작품을 쓴 작가의 작품세계와 연출세계를 직접 경청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그의 연극 중단이 지역 연극인이나 관객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된 셈이다. 그의 이번 순회강연에서 한국연극의 건강한 미래를 기대해 본다.

강연회는 슈우킨 연극대학 창설 100주년 기념일인 오는 10월 23일, 광주를 시발로 매주 전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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