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유아들은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받을 권리를 가지며, 이를 통해 실현되는 ‘출발선에서의 평등’은 그 무엇보다 최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유치원에 다니든, 어린이집에 다니든 어디서나 공평한 교육과 보육을 제공받아야 하며, 이를 보장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유아들의 권리는 뒷전으로 한 채 이에 대한 재원 부담의 책임 소재만을 따지고 있다. 현재의 사태는 교육부 차관으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누리과정은 유치원 교육과정과 어린이집 표준보육과정을 통합해 아이들이 어느 기관을 가든 동일한 교육·보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12년 만 5세를 대상으로 시작됐고, 2013년에는 만 3~4세까지 확대됐다. 또한 누리과정을 적용받는 모든 유아에게 유아 학비와 보육료를 지원해 학부모의 소득과 관계없이 누구나 교육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현재 이 누리과정에 대한 학부모와 국민들의 불안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일부 시·도교육감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고, 일부 시·도의회에서는 교육청에서 편성한 유치원 예산마저도 삭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대구, 대전, 울산, 경북, 충남, 세종, 부산, 충북, 인천, 전남, 경남, 제주)의 시·도교육감들이 제한된 예산 상황에서도 유아 교육과 보육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했거나 편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비된다.

학부모와 대다수 국민은 지방교육재정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못할 정도로 정말 어려운지 의문을 품고 있다. 교육부에서도 이러한 국민들의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7개 시·도교육청의 2016년 본예산을 분석해 발표했다. 그 결과는 “교육청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올해의 경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약 1조8000억 원 증가할 예정이고, 지자체 전입금이 약 1조 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시·도교육청의 재정 여건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지난 12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지원하기로 한 국고 목적예비비(예측할 수 없는 지출에 대비하기 위해 책정하는 금액) 3000억 원과 순세계잉여금(전년도 세입·세출의 결산상 생긴 잉여금) 등을 활용하고, 인건비와 시설비 등 세출항목을 조정한다면 누리과정 예산은 편성 가능하다는 것이 교육부의 판단이다.

일부 시·도교육감들은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니 국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누리과정은 2012년 도입 당시부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지원해오던 사업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교육청의 세입 중 약 70%로 그 비중이 가장 크고, 국세를 통해 재원이 마련되며, 국가가 교육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내국세의 약 20%를 교육청에 교부해주는 돈이다. 즉, 누리과정은 국가에서 재원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지난해 10월 23일 2016년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누리과정 지원에 필요한 4조 원 전액을 교부했고, 국회도 지난 12월 2일 여야 합의를 통해 목적예비비 3000억 원을 편성했다. 즉, 누리과정에 소요될 예산 전액을 주고도 추가적으로 3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결국 누리과정 예산 논란은 재원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감 의지의 문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는 것은 학부모들의 불안과 피해만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누리과정은 교육감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예산을 편성해 지원할 수 있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는 일부 시·도교육감과 지방의회는 학부모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누리과정 지원이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학부모와 국민에 대한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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