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 지방 적고 비타민·단백질 풍부…간 해독 효과도

100세 시대를 맞아 이제는 오래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화두가 됐다. 해양수산부의 국민건강캠페인 ‘어식백세’ 또한 어식과 함께 적절한 식사조절과 운동으로 100세 이상 건강하게 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의 생활에서 요리하는 것 자체가 사치일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 증가하는 1인 가구부터 대가족까지 누구든 쉽고 맛있고 건강한 요리를 만들 수 없을까? 최현석 셰프가 해양수산부에서 지난 11월 ‘어식백세 수산물’로 선정한 홍합으로 맛있는 밥상을 차려봤다. <편집자 주>


홍합은 바다에 살면서도 짜지 않고 담백한 맛을 낸다고 해 ‘담치’라 한다. 홍합은 지방이 적고 비타민·무기질·단백질이 풍부하며 타우린이 체네 콜레스테롤을 낮춰 간을 해독하는 효과가 있어 알코올성 간질환에 효과적이다.


홍합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하면 무엇이 있을까? 누구나 ‘홍합탕’을 떠올리기 쉽다. 다른 요리법은 쉽게 떠오르지 않고 설사 떠올라도 막상 하려고 하면 막막하다.


라면을 끓일 수 있는 정도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홍합 요리에 도전해보자. 요즘 ‘요섹남’이라는 수식어가 유행할 정도로 요리하는 섹시한 남자가 대세다. 그 중 가장 바쁜 스케줄을 보내고 있는 최현석(43) 엘본 더 테이블 총괄셰프를 만나 그의 요리세계에 대해 일문일답식으로 들어보고 그가 만든 홍합요리 레시피를 소개한다. 

 

 

▲최현석 엘본 더 테이블 총괄셰프.


- 요즘 많이 바쁘실 텐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리를 오래하다 보니 요리사로서 요리를 만드는 것 외에 요리를 통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이 많더라고요. 해산물 소비촉진이라는 공익적 측면에서 응하게 됐습니다.


- 평소 요리를 하실 때 중점을 두는 사항은 무엇인가요?


사람 몸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건강’을 가장 먼저 생각하면서 만들고 그 외에 주제에 맞게 창의적인 요리, 재미있는 요리, 예쁜 요리 등 다양하게 개발합니다.


특히 유머러스한 요리는 반전 코드에 중점을 둡니다. 보기에는 한식 같은데 양식 요리인 거죠. 매년 1월이 되면 일명 ‘떡국 스프’를 만듭니다. 모차렐라 치즈는 온도가 조금 올라가면 성형을 할 수 있는데 그것을 둘둘 말아서 냉장고에 굳히면 가래떡처럼 됩니다. 소고기 크림 스프를 끓인 후, 가래떡처럼 된 모차렐라 치즈를 썰어서 스프 위에 띄우면 보기에는 떡국인데 맛은 양식 스프입니다.


- 방송에서는 예능감이 넘치시던데 평소에는 어떠한가요?


직원들하고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지만 영업시간에는 조금 다릅니다. 방송에서는 적극 개그모드이지만 영업시간만큼은 무섭습니다. 귀에 담지도 못하는 말까지도 합니다(웃음). 주방은 칼과 불 등 위험한 것들이 많아 전쟁터와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든 결과물이 고객들의 몸으로 직접 들어갑니다. 몸에 상해를 입히는 것보다 세슘이 몸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이 더 위험합니다. 요리사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사람 한 명 우습게 보낼 수 있죠(웃음). 그 정도로 진짜 무서운 것입니다. 사람들이 먹기 때문에 사고와 직결되죠.


- 오늘 홍합 및 해산물을 이용한 2가지 요리를 준비하셨는데 메뉴를 선정하신 기준은 무엇인가요?


하나는 홍합탕을 끓이실 수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이고요, 다른 하나는 조금 더 요리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재미있게 파티를 하면서 와인과 같이 즐길 수 있는 쉽지만 품위 있는 요리를 준비해봤어요.


- 셰프님이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해산물 요리는 무엇인가요?


조개입니다. 조개 예찬론자 같은데 ‘태초에 맛이 생기기 전에 조개를 신께서 보내사 다시다를 능히 떨쳐 이기게 해주셨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웃음) 감칠맛의 폭탄입니다.


조개를 이용한 요리 중에 봉골레를 추천하는데요. 조개를 그냥 올리브 오일에 볶다가 마늘에 볶다가 소금, 후추, 와인을 뿌리고 면을 삶아서 섞으면 끝. 아주 간단하지만 맛있습니다.


무엇보다 조개 스톡(stock)을 빼놓을 수 없죠. 다른 해산물 요리를 할 때 스톡을 잘 사용하면 깊은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야채 스톡, 조개 스톡, 치킨 스톡 등 여러 스톡이 있지만 공통점이 천연적으로 감칠맛이 난다는 것입니다. 잘 사용하면 깊고 맛있는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제 요리의 90%가 해산물 요리이기 때문에 조개 육수를 많이 씁니다.

 

 

▲최 셰프가 라면을 끓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맛있는 ‘홍합스프’를 만들고 있다.


- 평소 메뉴를 개발하실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일상에서의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예전에 다큐멘터리에서 물회 먹는 장면을 보고 이탈리아 ‘카르파치오’를 드레싱 말고 푹 담가서 말아서 먹으면 물회처럼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석류 드레싱에 아예 말아먹는 물회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제철 해산물을 이용해 매달 다르게 메뉴를 개발합니다. 발상의 전환으로 냉파스타도 만들고 고기를 드라이 에이징해서 시도도 해봤죠. 음식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은 진짜 많이 해봤습니다. 지금까지 만든 메뉴만 해도 1000개가 넘어요.


예전에는 요리를 쓱쓱 만들어내서 천재라고 생각했습니다(웃음). 하지만 이 모든 즉흥적이고 창의적인 메뉴를 개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10년 넘게 기본기를 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기 없이 자유로운 창의적인 요리들만 추구했다면 넌센스 혹은 방종의 요리들이 나왔겠죠.


하지만 10년 넘게 한 레스토랑에서 스승님(김형규 비스테까 오너셰프)께 배웠습니다. 스승님은 원칙주의자예요. 스승님께서 엄격하게 기본기를 다져주시고 기본적인 맛의 베이스를 잘 잡아주셔서 그 틀 안에서 움직입니다. 즉 그 어떠한 창의적인 음식도 식재료의 조합, 맛의 조합 안에서 트위스트를 하는 것이죠.


- 100세 시대를 맞아 추천할 만한 건강 요리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당연히 또 조개죠, 어패류요(웃음). 해산물에는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 많고 칼로리가 육류보다 높지 않아요. 운동할 때 소고기가 근육이 잘 붙기도 하지만 닭가슴살이나 오징어도 먹습니다.


닭, 돼지, 소는 주로 굽는 요리가 대부분이라 소스를 바꾸는 방법밖에 없죠. 하지만 해산물 요리는 제철 해산물을 이용해서 다양하게 메뉴를 만들 수 있습니다.


-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명문 요리학교를 만들어 소양과 인성, 실력 등을 갖춘 실무형 요리사들을 양성하고 싶습니다. 요리사는 자기애가 강한 직업이어서 조금만 요리하고도 우월의식에 빠질 수 있고 때로는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요리사로서 제대로 된 소양을 갖춘 실력 있는 후배 요리사들을 양성하고 싶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요리 교실과 프로그램, 학교들이 있지만 자격증 위주입니다. 하지만 실무가 중요합니다. 자격증을 위한 요리들은 시험 때뿐이지 실제 레스토랑에는 메뉴로 내놓지 않습니다. 요리의 숙련도를 위해 맛을 보지도 않고 요리하는 자격증 시험도 있습니다. 대단히 위험한 경우죠.


세계 미식도시에 저만의 레스토랑을 설립하고 싶습니다. 장르에는 국한되지 않고 ‘내 요리’ 내가 만든 요리면 됩니다. 사람들은 제 요리를 보고 ‘프렌치다, 이탈리안이다, 모던이다, 한식 퓨전이다’하시지만 저는 장르에는 국한을 두지 않습니다. 세상의 잣대에 좋은 평가를 받으면 기분은 좋겠지만 제가 인정하지 않는 기준에 목숨 걸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제가 하는 요리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요리사니깐 메뉴 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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