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우 고용노동부 일학습병행팀장

▲홍정우 고용노동부 일학습병행팀장

박제가의 북학의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조선후기 과거시험 응시자가 10만 명이 넘고, 선비들이 농공상에는 관심이 없어 기술이 낙후해 경제가 피폐해지고, 과거 준비자는 시험에 나오는 과거 문장만 달달 외어 합격하더라도 공문서 하나 작성하지 못한다.”


박제가가 개탄한 현상은 지금 청년들의 대기업, 공공기업 선호 경향과 매우 유사한 것처럼 보인다.


성적과 영어점수로 모두를 한 줄로 세우기보다 다양한 직무에 소질 있는 사람들이 그것을 즐겁게 익히고 능력을 발휘하는 사회가 능력중심사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과거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직무에 적합한 능력을 기준으로 교육하고, 채용하고, 보상으로 이어지는 능력중심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4년 OECD 교육지표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6%로 OECD 평균인 39%를 훨씬 넘어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대졸자의 취업률은 58.6%에 불과하며, 대학을 졸업하고도 고졸 일자리로 하향 취업하거나 취업을 위해 다시 직업훈련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힘든 고3 수험시절을 거쳐 대학에 들어간 청년들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 힘들다는 취업 문턱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대학생의 현장실무 능력을 높여 대학-기업 간 인력수급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장기현장실습(IPP)형 일학습병행제’를 하반기에 집중 추진할 계획이다.


‘장기현장실습형 일학습병행제’는 2012년부터 한국기술교육대학교(이하, 한기대)에서 3~4학년 학생들이 전공교육과 연계된 산업현장에서 장기간(4~10개월) 실무경험을 습득하고, 체계적인 현장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연계형 장기현장실습제(IPP : Industry Professional Practice)와 한국형 도제제도인 ‘일학습병행제’를 융합한 제도이다.


한국형 도제제도인 일학습병행제 참여기업과 연계해 산업계가 개발한 NCS 기반의 새로운 기업현장중심 직업교육 과정을 대학 교육과정에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기대의 시범 운영 결과, 매년 참여 학생 수가 증가해 2012년은 132명, 2013년 241명, 2014년에는 330명이 대학과 산학협력 협약을 맺은 204개 기업체로 장기간 현장실습을 나갔고, 생생한 산업체 실무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졸업생들의 조기 진로설정과 취업역량 강화, 그리고 기업에 필요한 맞춤인력 양성 등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취업자 가운데 IPP 경험자의 취업률은 88%로 비 IPP 경험자보다 4%p 높았고, 중견 및 중소기업 취업률은 14%p가 높았다.


이는 IPP가 청년 취업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인력수급 미스매치 해소에도 기여함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4월 수도권 6개(가천대, 서울과기대, 숙명여대, 인천대, 인하대, 한성대), 지방 7개(순천향대, 한국교통대, 대구대, 대구한의대, 동의대, 목포대, 강원대) 등 총 13개 4년제 대학을 사업 운영기관으로 선정했다.


올해 9월부터 약 1300여명의 학생들이 연구개발, 설계, 영업관리, 마케팅 등 전공 관련 직무에서 지식과 경험을 쌓게 된다. 2차 년도인 내년부터는 대학별 최소 30명 이상의 학생들이 NCS 기반의 신자격과정과 연계한 일학습병행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장기현장실습(IPP)형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학생, 기업, 운영대학 각 주체별로 다음과 같은 효과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먼저 학생들은 실무능력과 기업적응력 및 취업역량을 강화시키는 기회를 갖게 되고, 기업은 우수한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신입사원 재교육을 위해 투입되는 시간과 재원을 절감해 입사와 동시에 현업투입이 가능한 인재를 선점할 수 있다.


운영대학은 실용적 교과과정 설계와 교육으로 졸업생들이 우수 협약기업으로 취업해 대학-기업 간 인력수급 불일치에 따른 청년실업의 깊은 골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과적으로 ‘장기현장실습(IPP)형 일학습병행제’는 장기간의 현장실습을 통해 스펙이 아닌 능력 중심의 채용문화를 열어감으로써 개인과 기업, 국가의 행복을 실현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생이 여행이라면, 자신의 목적지가 아닌 길이나 정체구간에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다. 안내서만 들고도 가고자 하는 길로 거침없이 직진할 수 있는 청춘들이 되길 바란다.


능력중심사회로 가는 녹색불은 이미 켜졌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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