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국내 여행] 기차여행
오동도·돌산공원 여수해상케이블카 등 경치도 인심도 좋아라

“나, 어제 여수 다녀왔어.” 언제부턴가 이 말이 ‘있어’ 보인다. 요즘 청춘들은 낭만을 찾아 여수에 간다. 밴드 ‘버스커 버스커’가 수년 전 내놓은 노래 ‘여수 밤바다’가 아직도 청춘을 움직인다.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 네게 들려주고파 전화를 걸어 뭐하고 있냐고 /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 너와 함께 걷고 싶다….’(‘여수 밤바다’ 중에서)

 

▲여수해상케이블카는 돌산공원∼자산공원 사이 1.5㎞ 길이의 바다 위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행한다. 지난해 12월 운행을 시작한 케이블카를 타고 바라본 여수 밤바다.


기왕 여수 여행을 간다면 기차를 타는 것이 어떨까. 기차를 타고 우리나라 최남단에 있는 항구도시에 가는 것만으로도 설렘이 칙칙폭폭 칙칙폭폭 전해지기 때문이다. 여수는 생각보다 가깝다. 서울 용산역에서 KTX(성인 편도 4만7200원)로 3시간만 타면 여수엑스포역에 닿는다. 기차여행을 음미하고 싶다면 무궁화호(5시간 소요, 성인 편도 2만7600원)를 권한다.


여행을 떠난다는 기대감 때문일까. 7월 5일 일요일 오전 8시 53분 탑승인데도 1시간 일찍 용산역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이지만 두 손을 잡은 연인, 나들이 가는 가족, 자식 보러 서울 왔다가 집으로 향하는 노인, 하이킹을 떠나는 사람들이 저마다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에서 동행자가 있다면 그가 말벗이 되어 좋고, 없으면 자기내면과 대화를 나누면 그만이다. 영화 <비포 선 라이즈> 주인공들처럼 열차 안에서 인연을 만나면 좋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창 밖 풍광을 볼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의자 등받이를 뒤로 젖혀 눈을 감았다.


열차는 짧으면서도 긴 시간을 지나 종착역인 여수엑스포역에 도착(오전 11시 51분)했다. 역사를 나오니 관광안내소가 보인다. 친절한 안내자 때문일까. 당장 어디에서 머물지, 무엇을 먹을지,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는 여행자 20여 명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긴 줄을 기다릴 여유가 없어 일단 지도만 들고 나왔다. 역사 맞은편에 여수엑스포 전시장이 늠름하게 자리하고 있었지만 자연을 벗 삼자고 생각했다. 3분도 채 걷지 않았는데 누군가 반갑게 손짓했다. 엑스포투어 전기기차 안내자였다. 피곤해서일까. 나도 모르게 전기차에 올라탔다. 전기차(성인 편도 4000원)는 엑스포 전시장 인근을 둘러보는 관광열차로 빨간 것이 참 앙증맞다.


10여 분을 탔을까. 여수 1경(景)으로 꼽히는 오동도(梧桐島) 입구에 도착했다. 안내직원의 “30여 분을 걸어야 오동도에 갈 수 있다”는 말에 발걸음을 멈췄다. 옛날 놀이동산에서 팔았을 법한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면서 고민하던 찰나 동백열차에 눈길이 머물렀다. 30분마다 오동도 입구와 오동도를 오가는 열차(성인 편도 800원)다. 이럴 땐 일단 타는 게 순리다.

 

▲여수는 돌게를 양념에 비빈 양념게장과 정성스레 끓인 간장으로 맛낸 간장게장이 유명하다.


푸근하고 넉넉한 풍광
1박 2일 눈 깜짝할 새 지나가


한려해상국립공원 오동도는 오동나무가 무성하다고 해서 오동도라는 이름이 붙은 섬이지만 지금은 동백나무가 더 많다. 동백꽃의 개화 시기는 11~4월. 동백꽃 없는 오동도를 둘러보려면 얼마나 걸릴까. 관광안내소 직원에게 묻자 현답이 돌아왔다.


“종일 있을 수도 있고 몇 분만 둘러봐도 좋지요.” 이 대목에서 깊이 보지 못하고 그저 많이 둘러보려고만 하는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동백열차를 타고 5분여를 달려가 오동도에 내렸다. 등대에 자연 절경까지 눈에 들어오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다만 바닥을 콘크리트로 깔아놔 아쉬웠는데 유모차 등을 끌고 온 여행객들에겐 이런 길이 나아 보였다. 금강산도 식후경. 배를 채우니 맛 좋은 남도에 온 실감이 났다.


밥을 먹은 뒤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친절한 택시 기사는 “지난해 12월 운행을 시작한 돌산공원 여수해상케이블카는 여수 관광의 꽃”이라면서 “해 질 녘에 돌산공원에서 오동도로 갔다가 그 자리에서 커피를 마시고, 깜깜해질 때 다시 돌아오면 여수 야경을 꼭 보라”고 추천했다. 숙소에 들러 짐을 푼 뒤 할 일은 빈둥대며 바다를 보는 일뿐. ‘조급해하기보다 순간을 누리자’고 생각하니 여행이 순조로웠다.


빈둥대다 해 질 무렵 택시를 타고 10여 분을 달려 돌산공원에 도착했다. 택시 기사는 “심장이 약하면 케이블카 바닥이 투명한 것(5인승 크리스털 캐빈, 성인 왕복 2만 원)은 타지 말고 바닥이 보이지 않는 것(8인승 일반 캐빈, 성인 왕복 1만3000원)을 타라”면서 “케이블카를 타고 밤하늘과 밤바다를 꼭 보라”고 당부했다. 택시 기사의 애향심이 곳곳에서 전해졌다.

 

 

▲여수의 대표적인 관광지 오동도에 가면 등대뿐 아니라 194종의 희귀 수목과 기암절벽을 볼 수 있다. 동백꽃으로 붉게 물든 오동도에 가려면 11~4월에 방문해야 한다.

여수의 대표적인 관광지 오동도에 가면 등대뿐 아니라 194종의 희귀 수목과 기암절벽을 볼 수 있다. 동백꽃으로 붉게 물든 오동도에 가려면 11~4월에 방문해야 한다.


여수해상케이블카는 돌산공원∼자산공원 사이 1.5㎞ 길이의 바다 위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행한다. 택시 기사 조언대로 해 질 녘에 케이블카를 타니 낮과 밤 두 가지 맛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함께 케이블카를 탄 꼬마들은 의젓하게 의자에 앉아 눈을 반짝이며 바다와 하늘과 여수를 봤는데, 꼬마들 보호자인 승객은 “일본하코네 케이블카를 탔을 때보다 더 좋다”며 감탄했다. 만약 기력이 남았다면 여수해양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버스커 버스커의 노랫말에 나오는 ‘이 거리’가 바로 그 거리라고 했다.


사정상 다음 날 아침 찾은 여수해양공원은 지극히 평화스러웠다. 곳곳에 ‘버스커 버스커’, ‘여수 밤바다’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보일 뿐 여수의 낮 바다는 고요했다. 다만 친구들과 바다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는 청춘들, 공원 난간에 기대어 낚시하는 아저씨들이 드물게 보였다.


여수해양공원을 따라 30여 분을 걸어 도착한 곳은 여수수산물특화시장(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 맞은편). 이곳 방문자들은 시장의 깔끔한 실내에 한 번, 저렴한 가격에 두 번 놀랄 것이다. 살아 있는 돌문어 한 마리가 1만 원인데 그마저도 알아서 5000원으로 깎아준다. 건물 1층에서 회를 뜬 뒤 2층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데 차림비도, 실내도 만족스럽다.


이처럼 1박 2일 동안 누리고 왔는데도 그 유명한 여수 빅오(O)쇼, 아쿠아리움, 한창 뜨고 있다는 하화도를 가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이번 여행은 인정(人情)을 확인하며 살아갈 힘을 얻는 시간이었다. KTX 자판기에서 물을 사려고 신용카드를 여러 번 긁어봐도 소용이 없었는데 선뜻 본인의 신용카드로 사주신 승무원 아저씨, 고맙습니다!

 

 

청년, 외국인, 저소득층, 가족 여행자 혜택


만 28세 이하의 특권 ‘내일로’ 티켓

 

‘내일로’ 티켓은 매년 여름과 겨울 시즌에 만 25세 이하 내·외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자유여행 패스권으로 이번 여름 시즌은 만 28세(1986년 7월 14일 이후 출생자들)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이번 여름 운영기간은 6월 1일부터 9월 6일까지. KTX를 제외한 일반열차의 입석과 자유석을 이용 기간 동안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좌석 지정을 받을 경우 관광전용열차와 일반열차 운임(편도 2회)의 50% 할인 혜택도 받는다.


또한 무료 숙박, 카셰어링 1시간 무료, 주요 관광지 할인, 래프팅·패러글라이딩·요트 할인도 가능하다. 가격은 5일권 5만6500원, 7일권 6만 2700원이며, 전국 철도역과 코레일 홈페이지(www.letskorail.com)에서 구입할 수 있다. 문의는 철도고객센터(1544-7788) 또는 홈페이지(www.rail-ro.com)로 하면 된다.


외국인 위한 ‘다우리’ 티켓 이용 대상 확대
코레일은 더 많은 외국인이 철도로 우리나라를 여행할 수 있도록 외국인을 위한 ‘내일로’ 상품인 ‘다우리’ 티켓의 이용 대상도 넓혔다. 기존에는 내국인 1명과 외국인 3명이 팀을 이뤄야만 구매가 가능했던 것을 이번 여름에는 4명 모두 외국인일 경우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다우리 티켓도 내일로와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관광전용열차 자유롭게 이용하는 ‘나드리’ 패스
나드리 패스는 관광전용열차는 물론 일반열차(KTX 제외)를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다. 좌석 지정과 자유입석 두 종류이며 좌석지정 2일권은 편도 4회, 3일권은 편도 6회까지 좌석 지정을 받을 수 있다. 잔여석이 없는 경우에는 자유석 및 입석을 이용할 수 있다. 자유입석권 2일권은 어른이 5만 원, 어린이는 4만 원이고 3일권은 어른이 7만 원, 어린이는 5만 원이다.


좌석 지정권 2일권은 어른이 7만 원, 어린이가 5만 원이고 3일권은 어른이 10만 원, 어린이가 7만 원이다. 나드리 패스는 분실 시 재발행되지 않으며, 변경·반환의 경우 여행 시작 하루 전까지 가능하고(수수료 400원), 사용 당일부터는 변경·반환이 되지 않는다. 기명인만이 사용할 수 있으며 기재 사항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고,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문화누리카드 고객을 위한 문화누리 레일패스
문화누리 레일패스는 문화체육관광부 통합문화이용권 제도에 따라 통합문화이용권 수혜자가 KTX 및 일반열차를 2~3일간 자유석 또는 입석으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기명식 철도 패스다. 2일권은 5만9800원, 3일권은 7만4800원이며 전국 철도역 및 여행센터에서 ‘문화누리카드’ 또는 ‘문화누리카드+현금’으로만 구매할 수 있다.


문화누리레일패스는 KTX, ITX-새마을, 새마을호, 무궁화호, 누리로 열차를 횟수와 구간에 관계없이 2일 또는 3일간 자유롭게 자유석 및 입석으로 여행할 수 있다. 단, 코레일에서 지정한 명절 대수송기간에는 이용이 불가능하며 열차 지연 시 지연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패스권에 표기된 기명인만 사용이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주요 역 여행센터, 철도고객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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