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 회담이 중단됐다가 6월 1일 다시 열렸다. 남과 북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후속방안과 분야별 회담 일정 등을 논의하고 합의사항을 공동보도문으로 발표했다. 남북 양측이 과거를 따지지 않고 신뢰와 배려를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남북 모두에게 애절하고 절실함이 담겨있다. ‘판문점선언’의 본격적인 시작과 함께 오랜 기간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단순히 복원을 넘어 정상화 단계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먼저 남과 북은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한 실무대책을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시간이 촉박해 6·15 남북공동행사 개최가 어렵게 된 점은 다소 아쉽다. 대신 남북장성급군사회담 6월 14일, 남북 체육회담 6월 18일, 8·15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은 6월 22일에 각각 개최하기로 하고 장소까지 결정했다. 아울러 철도도로 연결과 삼림협력, 문화교류를 위한 실무회담도 약속했다. 정치, 군사, 체육, 인도, 경제, 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로 남북교류협력을 확장해 지속가능한 남북관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우리 속담 중에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 어려운 일을 겪고 나면 단련이 돼 더 강해진다는 뜻이다. 지난 한달 간 ‘판문점선언’ 3개조 13개항의 약속을 얼마나 이행하려고 노력해 왔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고위급 회담마저 연기돼 판문점 선언 이행이 정체되고 잠깐 동안이나마 남북관계가 부침을 겪었다. ‘판문점선언’의 이행이 지연된 것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고위급회담의 중단이 누구 때문인지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남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 필요하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을 마친 뒤 공동보도문을 교환하고 있다.(사진=통일부)

고위급 회담이 재개될 수 있었던 것은 통일각에서 또 한 번 남북정상간 감격스러운 만남이 있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서신으로 예측할 수 없었던 북미정상회담까지도 한방에 해결했다. 남북관계는 이제 더 이상 북핵문제와 북미관계를 따라 가는 것이 아니다. 앞장 서 인도하는 길라잡이다.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뒷받침하면서 한반도에서의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를 여는 열쇠와 같다.  

4월 27일 ‘판문점선언’ 이전과 이후의 남북관계는 달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마치 유리그릇처럼 신중하게 조심스레 다뤄야 한다. 그렇다고 소심할 필요는 없다. 이미 남북정상이 두 번이나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남과 북이 손을 잡고 나아가기로 했으니 이제 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이번 고위급회담의 합의 사항을 차질 없이 이행해 안정적으로 남북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통일각 2차 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산의 정상이 보일 때부터 한 걸음 한걸음이 더욱 힘들어지듯…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남북관계는 이제부터가 진짜 오르막이다. 그러나 우리 앞에 놓인 오르막은 조금 힘들어도 웃으며 올라야 행복하게 오를 수 있는 오르막이다. 그러니 김정은 위원장 버전으로 패러디 하면 “힘들다고 하면 안되갔구나.”

남과 북이 손을 잡고 한반도의 중심에 서 평화를 외치는 상상을 한다.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
이리저리 둘러봐도 제일 좋은 건 그대와 함께 있는 것”

남과 북이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다. 아무리 어려운 오르막이라도 남과 북이 함께 하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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